한국시각으로 18일, 뉴욕 메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끝장승부를 끝장봤다. 결과는 연장 20회에서 메츠의 2-1 승리. 이날 세인트루이스의 라루사 감독은 가용 투수자원이 모두 소진되자 연장 17회부터 야수들을 마운드로 올렸다. 올라온 야수는 모두 둘이었는데, 하나는 펠리페 로페즈, 다른 하나는 조 매더. 로페즈는 1이닝을 무사히(?)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매더는 19회와 20회 각각 1점씩 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되었다. 가용 투수자원이 없기는 메츠도 마찬가지였는데, 19회 말에 세이브를 위해 올라온 클로저 K-Rod가 블론을 저지르고 내려오자 20회 말에 결국 선발투수인 펠프리를 올려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중부 표준시로 오후 3시에 시작된 이 경기는 6시간 53분이나 걸려서 끝났는데, 만약 이 경기가 7시에 시작하는 야간경기였다면 이 경기가 끝나는 시각은 다음날 새벽 2시경이나 되어 끝났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2년전 대한민국에서도 있었다. 2008년 6월 12일날 있었던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1박 2일 승부다. 목동구장에서 있었던 이 경기는 홈팀 히어로즈가 연장 14회말 강정호의 끝내기안타로 기아를 2:1로 꺾었는데, 소요시간만 6시간 17분이었고(중간에 비로 1시간 가량 중단됨), 6시 32분에 시작된 경기는 자정을 넘겨 새벽 00시 49분에서야 종료되었다. 

 2008년 한해 한국프로야구에 잠시 도입되었다가 사라진 이 무제한 연장전 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남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 관중들의 편의, 선수들의 피로 누적, 한국 프로야구의 얇은 선수층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이 선수층이 얇은 것과 무제한 연장전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선수층이 얇아서 선수가 모자라? 라루사는 선수가 남아돌아 야수를 마운드에 올린 게 아니다. 똑같이 25인 로스터를 쓰는데 어느 쪽은 선수가 되고, 어느 쪽은 선수가 모자란다. 이런 넌센스가 어디 있는가?

 그리고 피로 누적. 사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끝장 승부로 인한 문제인가? 투수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잘 던지는 투수가 가장 많이 던지는 투수였다. 한국시리즈 4승, 한시즌 30승 기록들은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지금이라고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삼성이 근 몇년간 압도적인 에이스 없이도 가을야구에 나가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급할때면 애니콜로 달려와 불을 껐던 그들 덕분이 아니었던가?

 또한 현재 승률 계산법으로는 무승부도 패배나 마찬가지로 기록되는데 승부를 가리지 않음으로서 팀이 얻는 불이익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이 될 수 있다. 몇 판의 무승부로 인해 승률에서 피해를 봐 순위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그 손해는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