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고등학생

Posted by 아이시카 from Studio Fl+ : 2009. 10. 22. 01:22

"너 왜 이러고 있어?"

비오는 날 이미 흠뻑 젖은 채로 벤치에 앉아있던 내게, 그녀는 그런 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너 우리반에... 그러니까, 하정이! 맞지? 성은 기억이 안나네..."

그녀는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난 그녀의 이름같은거 모른다. 그저 익숙한 얼굴인 탓에 같은반이었구나 하고 있을 뿐.

"집에 안 들어가? 뭔가 대답 좀 해봐."

그녀는 내게 우산을 씌워주며 내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자신이 비를 맞는데도, 난 이미 흠뻑 젖어있는데도 그렇게 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

"왜?"

"모르겠어. 부모님이 공부만 하라고 압박하는것도 아니고 사이가 않좋은것도 아닌데 싫어."

내 말을 들은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그녀는 웃고 있었다.

"완전 애잖아? 투정부리는거야? 우리집에라도 갈래? 감기걸리겠다."

그래. 그녀는 내 앞에 서서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난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았고.


2006년 6월 23일 금요일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