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고등학생

Posted by 아이시카 from Studio Fl+ : 2009. 11. 2. 18:40
그녀의 집은 한 상가 건물의 4층이었다. 보통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건물의 주인인 경우가 많은걸로 알고있어서 그녀의 집이 상당히 잘 사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와. 우리집에 오는 친구는 네가 처음이야."
그녀의 집은 무언가 '비어' 있었다. 아무도 없다는 그런 느낌 보다는, 아무도 안산다는 느낌이 강했다. 현관만 보고 확정지을수는 없지만 왠지 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무도 없다고 했었지 않아?"
"맞아. 아무도 없는데? 왜?"
그녀는 태연하게 말하며 이중문을 열었지만 그건 아마도...
"혼자 사는거... 아냐?"
그녀가 들어가다 말고 놀란눈으로 뒤돌아봤다. 그리고 이내 다시 웃었다.
"놀라운 관찰력인데? 일단 들어와서 씻어. 아빠 옷이라도 갖다줄게."
그녀는 나를 욕실로 안내하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 이 상황에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따듯한 물 정도는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우스웠다.
젖어서 몸에 달라붙은 옷을 떼어내며 벗고 있는데 그녀가 문을 두드렸다.
"문 앞에 바구니랑 갈아입을 옷 둘 테니까 벗은 옷은 넣어둬. 바로 빨아줄게."
그녀의 친절함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은 젖은 교복을 슬그머니 내놓았다.

2006년 6월 24일 토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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